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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던 슈퍼마켓, 한인 이민자가 인수하자 망한 까닭
[더,오래] 주호석의 이민스토리(10)
이민_교육 뉴스 > 상세보기 | 2018-05-15 07: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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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

주호석 (genman201@daum.net) 기자

기사출처

중앙일보
내   용
대부분의 이민자가 생계수단을 찾아, 다시 말해 돈을 벌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구직활동, 즉 일자리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가 개인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민자 모두가 이 같은 일을 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민자는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구직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장사는 아예 거들떠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직활동을 통해 맘에 드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개인 비즈니스를 한 번쯤 고려해보거나 실제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게 보통입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비즈니스 역시 취업만큼이나 만만치가 않습니다. 주변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을 더 많이 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민자의 비즈니스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실패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한다 해도 생계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규 이민자 10명 중 1명꼴로 1년 이내 사업 접어

특히 이민을 오자마자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 실패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캐나다 연방 통계청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대 들어 신규 이민자가 사업을 시작한 뒤 1년 이내에 문을 닫는 비율이 1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1명 이상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다는 뜻입니다.
 
이 통계는 캐나다 전체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인 이민자의 사례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만 이민 초기에 시작하는 사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비즈니스 경험 부족인 것으로 캐나다 통계청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험 여부가 비즈니스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밴쿠버에서 2개의 중규모 한인 슈퍼마켓 주인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곳인데 장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인수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상황에서 인수했으니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장사가 잘 안돼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곳인데, 한국에서 오랜 사업경험을 가진 사람이 인수했습니다. 장사가 잘 안되던 곳이니 인수조건은 오히려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인수했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이들 슈퍼마켓의 상황은 몇 년 가지 않아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장사 잘되던 곳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결국 몇 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반면 인수 당시 장사가 안되던 곳은 주인이 바뀐 뒤 오히려 날로 번창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서너명에 불과하던 종업원이 30여명으로 늘어났고 고객도 종전 한인 위주에서 중국인들까지 몰려들어 매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에는 한인 밀집 지역에 두 번째 슈퍼마켓을 오픈하기 위해 가게 임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물론 이들 슈퍼마켓의 상황변화가 주인의 사업경험 여부에 100%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게의 위치, 상권의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있는 주인은 그렇지 않은 주인과는 뭔가 다른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것 자체가 경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게를 인수할 당시 여러 사정으로 재고조사를 꼼꼼히 하지 못한 채 파는 측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해야 했습니다. 정식으로 인수한 뒤 곧바로 재고조사를 한 결과 실 재고와 계약서상의 재고 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냈습니다. 대개의 이민자가 비즈니스를 인수할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챙긴 것입니다.
 
다음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납품업체를 모두 재정비했습니다. 불량업체는 아예 거래를 끊고 상품종류마다 납품업체들을 경쟁시켜 가격 인하를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품목의 상품가격이 대형 슈퍼마켓보다 오히려 저렴한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고객들이 가격이 싼 곳으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고객이 몰려드니 상품회전이 빨라졌고 회전이 빠르다 보니 늘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진 것입니다. 대개 가게를 인수하면 새 주인은 기존 납품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그 주인은 과감하게 관행을 깨버린 것이지요.
 
그 가게 주인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게 주인으로서 자신과 직원들의 역할을 처음부터 분명히 구분했기 때문입니다. 가게 내부 일은 모두 매니저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시장조사, 거래처 관리 등 외부 일을 맡아서 한 것입니다. 심지어 직원 채용도 전적으로 매니저에게 맡겨놓았습니다. 주인이 모든 일을 쥐고 가게를 운영하는 스몰 비즈니스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사업은 충분한 시간 가지고 준비해야 

경험이 없는 이민자가 기존 비즈니스를 인수할 경우 시작단계부터 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급하게 서둘게 됩니다. 서둘다 보면 인수하려는 비즈니스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비즈니스의 수익성부터 입지·인수조건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따져야 하는데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비즈니스에 성공한 이민자의 공통점 중 하나가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반 사항들을 분석하고 검토한다는 사실입니다. 위에 예를 든 슈퍼마켓 주인의 경우 새로 준비 중인 두 번째 가게의 장소를 물색하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발품을 그만큼 오래 팔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준비하는 두 번째 가게 역시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이민사회에서 스몰 비즈니스는 한번 잘못 시작하면 큰 고생을 하게 됩니다. 돈 잃고 마음마저 피폐해지기에 십상입니다. 특히 장사 안되는 가게를 운영하다가 팔 때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도대체 팔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임대료는 계약 만료될 때까지 꼬박꼬박 나가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캐나다의 법규는 주거용 건물의 경우 임차인, 즉 세입자 보호를 우선시하지만, 상업용 건물은 임대인, 즉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즈니스 경험이 없었던 나 역시 비즈니스 인수 당시부터 실패한 사람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경험 없는 이민자는 가능하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게 좋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사전준비를 충분히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물론 경험은 없더라도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 장사에 성공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경험자의 경우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은 게 현실입니다.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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